1년은 그냥 버틸줄 알았는데,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웃어 넘길수 있었던건 일에 대한 즐거움, 그리고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는 만족감. 하루를 잘 살아내면 매번 다른 현장과 내 손에서 오는 감각들이 쌓여 나의 기술이 된다는 점이였는데, 일의 재미를 급속도로 잃고 있다는 점. 그 이유가 일 자체가 아니라 사람때문이라는 것(그럼 그렇지). 내가 잘 하는거라고 자부할 수 있는건 만드는거 하나였는데, 계속 단점만 찾아내고 못하도록 유도하고 못한다고 낙인을 찍으며 궁지로 몰아낸다. 똑같은 말도 빈정상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꼴이란. 계속 기술자와 비교하며 나의 일당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건지, 그러면서 끊임없는 심부름으로 혼을 빼놓는다. 일관성있게 일을 지시하는게 아니라 산발적으로, a를 하고 있으면 b를 또 하라고 하는데 b를 하려고 하면 본인을 도우라고 한다. 개떡같이 말하면 찰떡같이 알아듣는 수준은 아니라 개떡은 개떡으로 알아들으니 답답하겠지. 질문을 하면 담백하게 대답하는게 아니라 나에 대한 비난과 무시를 함께 덤으로. 뭔가 이상해서 물어보면 한번 해보라는 식. 이상하게 한번 해봐서 골탕을 먹어보라는 식이지만, 그냥 뭐가 아니고 뭐가 맞다고 말해주면 안되나? 꼭 부가설명을 해서 질문하고 싶지 않게 해야하나? 뭔가 잘못하고 있으면 계속 빤히 쳐다본다.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뭐가 잘못된지 모르겠어?' '너가 할 수 있으면 해봐' '너 들으라고 하는 말이야' '그렇게 하면 초차티내는거야'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찍어 누르려고 하는데, 내 몸과 마음이 자꾸 아니라고 한다. 저 사람은 아니야! 내 머리 위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아니 근데 나 초짜잖아. 왜 자꾸 10년 이상된 기술자들이랑 비교해서 깎아내리지? 초짜지만 열심히 하고 시키는대로 다 하잖아. 한번도 크게 하자 낸적도 없고, 이제 방 4,5개 몰딩 돌리잖아. 일당에 대해서 말한적도 없고, 불만이나 게으름 피운적도 없는데 왜 자꾸 깎아내리는거야.
작은 숨구멍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일의 즐거움이 없으면 사람들이 좋던지, 일당이 좋던지, 프로젝트가 좋던지 하나라도 있어야할거 아니야. 정신승리로 버티던 모든 불편한 환경들은 일 하나로 버텼는데 그 즐거움까지 앗아가면 어떡해.. 이런 환경에서 이런 사람들과 2년, 3년 5년이 기대가 안되는데 어떡하니.
어떡하긴. 또 찾아 떠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