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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기록

드디어 갔다, 제주 -1

나 빼고 모두가 제 집처럼 드나드는 여행지인 제주도를 드디어! 인생 처음으로 '나의 의지'로 다녀왔다. 횟수로만 따지면 수학여행 포함 4,5번 정도 갔었기 때문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대부분 가족 여행이었어서 이미 계획된 스케줄을 따라만 다녀서 그런지 나에게 제주는 큰 임팩트 없는, 야자나무가 있는 관광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맹물 같은 곳이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막히고 내 주변 지인들은 하나같이 제주를 제 집 드나들듯 다녔는데, 나 또한 언젠가는 가겠지 생각만 하다가 아빠가 정수기를 구독하면서 받은 숙소/렌터카 2일 무료 쿠폰이 있다고 해서 겸사겸사 떠나게 되었다.(나중에 알고보니 역시 이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사기꾼들)

 

새벽 5시 반, 9호선 첫 차를 타고 거의 5년 만에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길. 설렘보다는 비가 오진 않을까, 차 사고가 있진 않을까, 혹시나 가방을 도난당하지 않을까 등등 걱정 가득한 무거운 마음으로 김포공항을 향했다. 왜인지 여행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두려움만 늘어가는지.. 나의 여행 파트너인 무민이 서울에 있지 않아 비행기를 함께 타지 못하고 오후에 제주도에서 만나기로 한 탓일까.

오래간만에 마주한 하늘. 날씨가 안좋지만 구름으로 신비함 가득

도착하자마자 캐리어를 공항에 맡기고 첫 번째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무민과의 약속시간 오후 5시 전까지는 차 없이 혼자 여행을 해야해서 공항과 가장 가깝고(버스로 5분 정도 거리) 인기가 많아 웨이팅도 많다는 '올레 국수'로 향했다. 가자마자 가게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관광객에 좌절하며 웨이팅 시간을 확인했더니 30분... 서울에서는 절대! 혼자! 하지 않을 일이지만 별다른 옵션도 없었고,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메뉴였기 때문에 이름을 등록하고 주변 공원에서 혼자 멍 때리다가 정확히 30분 뒤에 국숫집에 입성했다.

부드러운 고깃 덩어리가 숭덩숭덩 썰려 들어간 고기 국수.

웨이팅이 줄지 않는 유명 맛집이라 그런지 일하시는 분들이 능숙하게 일처리를 했고 손님들도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다보니 생각보다 회전율도 좋았다. 앉자마자 바로 고기국수를 한 그릇 내오셨는데(메뉴가 1개다), 비린맛 없는 깔끔한 갈비탕에 도톰한 중면이 들어가서 부드럽고 개운했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양질의 단백질이 포함된 몸보신할 수 있는 메뉴다 보니 이 음식은 냉면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다음 장소는 아라리오 뮤지엄. 미술을 좋아하는 주변 친구들이 추천을 해서 간 곳이였는데 웬걸,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다. 작품 자체가 좋았다기보다는 평일 오전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고, 시원하고 널찍한 미술관에서 혼자 관람하는 기분은 역시 최고. 컬렉터이자 아라리오 대표인 씨킴의 작업이 생각보다 많아 으잉스러웠지만(알고 보니 씨킴 개인전이었다 ^^;), 나에게 좋은 전시의 정의는 사람이 적고 쾌적한 공간이 가장 우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백남준 컬렉션.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보게되는 백남준의 작품들
창문으로 펼쳐지는 제주의 자연환경이 작품의 돋보이게 한다.
아라리오 맞은 편의 에이팩토리. 추천받아서 간 곳이였는데 빵이 너무 맛있어서 마지막날 다시 왔지만 이미 다 팔린 뒤였다
귀여운 소금빵 군단
길가다 우연히 들어간 제주목 관아. 마이클 잭슨 춤을 추고있는 마네킹. 전시품 퀄리티 무엇
추천받아서 간 탐라가든 생갈비. 가격도 합리적이고 동네 주민들로 가득하다. 역시 현지 맛집은 못참지
사람이 많은건 싫지만 코로나로 오랫동안 얼어있던 관광지가 활기를 찾은 것 같아 관광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비 올까 조마조마 + 혼자 렌터카 처음 빌림 + 아침 일찍 오느라 피로 누적 등으로 첫날은 그럭저럭 정신없이 지나 다음날이 되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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